이모님과는 4주를 함께 지냈어요.
저는 셋째였는데, 첫째 둘째 모두 산후조리원에서 친정으로 갔기 때문에 산모도우미 이용은 처음이었는데, 친구들한테 수소문해보니. 참사랑어머니회가 좋다고 하더라구요. 그 중에 건너건너 추천을 받아 이명심 이모님을 만나게 됐어요. (참사랑어머니회가 이번에 다온으로 바뀌었다죠) 사실 제가 원하는 날짜랑은 며칠 안 맞아서 초반 며칠이 비게 되었는데, 업체에서 그 전에 3일도 다른 좋은 이모님을 보내 주셨어요^^
셋째라 하면 남들은 육아에 도가 트였을 거라고 생각하지만. 실은 전~혀 그렇지가 않았다는 걸 이모님이랑 있으면서 알게 됐어요. 이모님을 진작 만났더라면 첫째 둘째 뒤통수가 저렇게 납작하지 않았을 텐데. 그리고 쓸 데 없이 애가 병원 신세지는 초반 고생을 안 해도 됐을텐데... 하는 것들이 많아요. 그리고 막판에 셋째 설소대 수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모님의 예리한 캐치가 있어서 가능했고요.
다른 것보다 이모님 손이 무지 빠르시고 부지런하셔서요. 집안일도 뚝딱. 맛있는 음식도 뚝딱. 마사지도 뚝딱... 저 많은 일을 다 하시고도 어떻게 시간이 남으시나 하고 맨날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. 결혼한지는 벌써 10년차가 됐지만 진정한 살림살이를 친정엄마가 아닌 이모님한테 배운 기분. 빨래 너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식하는 노하우까지. 지금도 아주 잘 써먹고 있어요. 남편은 맨날 너 그 이모님 안 만났음 어쩔 뻔 했냐 얘기를 수시로 해요.
집에 손님들 가끔 오는데 이모님한테 배운 뚝딱 간편 요리 솜씨로 그럴싸하게 내놓고 있으니까요.
막판까지도 혼자 있을 때를 대비해서 간단한 요리법도 알려주시고, 가기 전까지도 최대한 반찬거리 장 많이 봐 놓으라고 하고, 혼자 있을 동안 먹을 반찬거리 냉장고에 그득그득 담아주고 가셨어요. "이 반찬들 다 먹을 때쯤 내 생각 날거야~" 하셨는데 진짜 생각이 간절히 났어요 이모님 흑흑.
아침에 오셔서 휘리릭 청소까지 끝내시곤, '커피타임' 이라고 앉아서 얘기를 나눴는데 그 시간은 또 얼마나 금쪽 같던지... 이모님이 말씀이 적으신 분은 아니라^^ 같이 얘기하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고 남들 사는 얘기 들으면서 그래 사는 게 별 게 없구나 하고 우울증도 떨쳐냈던 기억이 나요.
사실 아이들이 셋이라, 이모님 저희 집 일이 무지 많으셨을 텐데도 아이들이랑도 잼나게 잘 놀아주시고, 아이들 맛난 음식도 많이 해주셔서 요즘도 아이들이 이모님 얘기 해요. 그 일 많은 상황에서도 냉장고 정리까지 해주셨다는 건 '안 비밀'
단, 산모도우미 이모님과 만날 때 이건 생각해야 할 거 같아요.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단점이 있잖아요. 저한테도 있고, 친정엄마한테도 있고, 남편한테도 있고. 당연히 이모님한테도 있을 거고.
하지만 함께 하는 기간동안은 어쩌면 남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으니, 서로 좋은 점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. 이거도 이명심 이모님한테 배운 거^^
그게 안 되면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 될 수 있으니...
이 시기, 아기가 수시로 깨서 잠을 못 자니 예민해질 수는 있는데(저도 그 때 남편이랑 엄청 싸웠던 기억이 나요) 그걸 인정하고 마음을 조금만 편히 먹으면 이모님과의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.
아무튼, 저에게는 마지막 조리가 될(꼭!) 셋째 조리에 있어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참사랑어머니회가 다온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 시작한다고 하니, 건승을 빌게요. 그리고 이명심 이모님 강추합니다!